여자는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쌉니다. 오늘은 여자의 큰아들이 수능시험을 보는 날입니다. 여자는 전날 지인에게서 달걀을 깨고, 뭔가를 마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험 당일에 머리를 감고, 손톱을 자르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여자는 미신을 믿진 않지만 일부러 금기를 어길 필요는 없겠다 싶어 계란말이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유있게 도시락을 싸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사를 준비합니다. 시험장엔 아빠가 데려다 주기로 합니다. 아빠가 먼저 내려가 자동차 시동을 걸고, 여자는 아이와 함께 간단하게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합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말씀을 읽습니다. ‘그 백성은 우리보다 장대하며 그 성읍들은 크고 성곽은 하늘에 닿았으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을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약속하셨지만 그들에게 가나안은 두려움 자체였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기를 그들을 무서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보다 먼저 가시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애굽에서 너희를 위하여 너희 목전에서 모든 일을 행하신 것 같이 이제도 너희를 위하여 싸우실 것이며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하나 이 일에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믿지 아니하였도다 그는 너희보다 먼저 그 길을 가시며 장막 칠 곳을 찾으시고 밤에는 불로, 낮에는 구름으로 너희가 갈 길을 지시하신 자이시니라.”(신명기 1:29~33)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음을, 하나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길을 가심을, 불로 구름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여자는 자신이 더욱 은혜를 받습니다. 아이도 힘을 얻는 눈치였습니다. 기도로 마무리하고 아들을 배웅합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아들에게 파이팅을 외치자 아들도 파이팅이라고 말합니다.
교회에서는 수능시험을 치르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모여 함께 기도를 합니다. 찬양을 하고,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하는 동안 여자의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여자는 아이가 태어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같이 느껴졌습니다.
작고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을 때 여자는 온 세상을 가진 듯 기뻤습니다. 남의 아이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겪을 때 여자는 ‘우리 아이는 얌전하게 지나가고 있어요.’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이는 부모에게 심하게 반항했습니다. 깜짝 놀란 여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날마다 눈물바람을 했습니다. 그러나 조용하게 가만히 있다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그렇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 거야. 그래, 살아있다는 증거야.' 하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치열한 고등학교 3년, 아니 12년의 학업을 결산하고 시험을 치르는 날, 여자는 그 아이로 인해 울고 웃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인생의 주관자이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그 아이를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라고 되뇌고 되뇌었습니다.
#아들수능시험치르던날
#표목사님도고생많으셨어요
#맛난음식으로섬겨주신권사님집사님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