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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시간에...

 

할머님 두 분이 예배실에 들어와 내 옆에 조용히 앉으셨다.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한 분은 꽃무늬 모자를, 다른 한 분은 양산을 쓰고 오신 모양이었다. 모자와 양산을 곱게 접어서 의자에 놓으셨다. 자리를 잡고 앉으신 후 잠깐동안 기도를 하셨다. 곧바로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시며 예배 드릴 준비를 하셨다. 의자꽂이에 주보와 책을 한 권 꽂으셨다. 일반 성경책보다 얇아 보이는 책이었다. 궁금해서 할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펼쳐 보았다. 찬송가책이었다. 악보는 없고 글씨만 엄청 큰. 할머님들은 악보가 필요없으신 걸 안다. 악보는 할머님들의 머리 속에 이미 그려져 있을 테니까. 부르고 또 불러서 따로 악보가 필요없을 정도로 외우셨을 테니까.

“주님 안에서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하고 목사님께서 유도하신 인삿말과 함께 인사를 드렸다. 내 옆의 할머님은 옆에 계신 할머님과 손을 꼭 잡으며 인사를 나누셨다. 참 정겨워 보였다. 예배가 시작되고 목사님의 설교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인생은 항해와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순탄한 인생 항해를 원하지만 예기치 못한 폭풍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폭풍이 몰아칠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폭풍이 몰아칠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믿음의 수준은 폭풍을 만날 때,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밤중일 때 알 수 있습니다. 폭풍이 몰아칠 때 우리 믿음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성도들은 폭풍이 몰아칠 때 세상 사람들과 다릅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래도 믿음이 남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믿음의 뿌리는 뽑히지 않습니다. 주님이 심어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다른 날과 달리 할머님들이 옆에 계시니 신경이 쓰였다. 살짝 옆을 보았다. 그런데 할머님께서 목사님께 자꾸 인사를 하셨다. 간밤에 깊은 잠을 못 주무셨는지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무슨 일이 있으셨을까?’ 내심 걱정되었다. 할머님의 모습을 보니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났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주무실 때 코를 많이 고셨다. 코를 골며 잘 주무신 것 같은 날에도 할머니는 밤에 한숨도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그러면 우리는 속으로 다들 웃었다. 방문 너머로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는데도 밤새 한숨도 못 주무셨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노인이 되면 작은 걱정거리도 크게 부풀려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지 우리 할머니는 우리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도 크게 생각하고 지나치게 걱정하셨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얘기인데 그걸 가지고 밤새 걱정하시고 밤잠을 설쳤다고 하셨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또 할머니 밤새 잠도 한숨도 못 주무시고 집 한 채 지으셨나 보다.” 하셨었는데...

“한 주간도 주님 안에서 승리하세요.” 할머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손을 잡고 폐회송을 불렀다. 마주 잡은 할머님의 손엔 힘이 있으셨다. 내 왼손이 위에, 할머니의 손이 아래쪽을 받치고 있었는데 오십견 있는 왼쪽 팔을 너무 세게 받쳐주시는 통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꾹 참았다.^^ 우리 할머님들의 한 주간이 주님 안에서 즐거우시길, 여생이 주님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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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롬, 예배시간에 앞줄에 앉아 조시는 장로님을 저도 젊었을 때는 이해가 안됐는데.... 벌써 공감하는 나이 가 되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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