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발레리나 강수진양의 발이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보기 흉한 발이었습니다. 토슈즈에 감추어진 그 흉악한 발로 그녀는 사람들을 전율시키는 춤을 춥니다.
그녀에게 '발레리나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이냐?'고 기자가 물었습니다. 매일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연습은 정말 보어링한(지겨운) 일이지만 그것 없이는 자신의 소명을 결코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피나는 연습이 없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즌 중에는 상대 파트너를 위해 그렇게도 좋아하는 김치를 결코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갈 때면 곧 김치를 먹을 수 있기에 흥분이 된다고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지겨운 일이지만 필수적으로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지겨운 일도 해야 합니다. 특히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늘 반복되는 지겨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지겨운 일을 대충대충 해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규모가 없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일상의 반복되는 일은 삶의 기초와 같은데 그 기초가 허술하다면 그 위에 아무리 화려한 업적을 쌓더라도 나중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더 빨리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그는 답하기를,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소명을 따라 사는 삶입니다.
소명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소명은 현재의 일에 충실할 때 분명해지는 법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늘 반복하는 일상의 지겨운 일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여시는 분이십니다.
일상의 삶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요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제 자신부터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가정과 교회와 일터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2008년의 봄이 아름다우리라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