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의 원칙”
원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호두같이 좀 딱딱합니다. 하지만 원칙은 오히려 윤활유와 같아서 그것이 공동체에 있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서운함이 줄어드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목회의 각 분야(심방, 교육, 목장 운영 등)에도 딱딱하게 보이는 여러 원칙이 있습니다.
지난달 초까지 각종 경조사가 우리 한밭교회에 있었습니다. 결혼식에서 제가 주례와 기도를 맡은 적이 있었고, 장례식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인들께서는 지금까지 교회에서 지켜왔던 암묵적 원칙들을 이미 알음알음 알고 계시고, 각자 그 원칙들을 잘 적용하고 계신 듯 보입니다. 그래도 아직 분명히 모르시는 분도 있고 제 나름의 원칙도 있어서 혹시라도 있을 오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결혼식과 장례식 집례의 몇 가지 원칙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결혼식 원칙은 토요일의 경우 예식장이 충청권일 때만 제가 집례를 하고 그 외의 장소는 부목사님들이 집례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토요일은 제가 주일 준비하는 일로 집중해야 하는 날이기에 그렇습니다. 집례하지 않고 단지 참석만 하는 경우도 충청권은 제가 참석할 수 있으나 그 외의 지역은 부목사님들께서 축하드리러 갈텐데, 초원지기님들의 자녀 결혼식은 웬만하면 제가 가려 합니다. 저는 초원지기님들의 목자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장례식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례는 교인의 직계 가족이 소천했을 때 광고와 장례집전을 할 수 있습니다. 직계 가족 중에서 조부 조모 이상은 제외이고, 부모 이하입니다. 장례 역시 대전 이외의 지역은 부목사님들이 집례하나 초원지기님들의 경우는 웬만하면 제가 갑니다. 장례가 나게 되어 장례예배를 계획할 시 제가 보는 중요한 것은 목원들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목사의 일정보다 저는 이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상을 당한 가정을 가장 많이 위로해 드릴 수 있는 분들은 해당 목원들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원들이 가장 많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장 먼저 확인해서 그 시간을 중심으로 장례예배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원칙으로, 결혼식과 장례식 모두 사례를 받지 않습니다. 이미 대부분 그렇게 알고들 계신 듯한데 일부 성도님들이 식후 감사하다며 사례하려는 경우가 있었기에 말씀드립니다. 물론 감사를 표하는 그 마음이 참 귀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감사의 뜻을 표하시는데 받지 않는 제 마음은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받지 않는 주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결혼 주례와 장례 집례는 제가 목사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 감사를 표하고 싶으시다면 교회에 감사헌금을 하시라고 권해 드렸습니다. 심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방은 목사의 의무이기에 감사헌금을 개인적으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성도님들은 심방에 감사하다며 감사헌금을 제게 쥐여주려 하셨는데 한사코 받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 예외가 있었는데, 도무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그래서 그 성도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역자들 격려하는 식사비용으로 사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사랑하는 우리 한밭교회 교우들께서는 이러한 저의 목양 원칙을 이해해 주시고, 행여라도 목사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시거나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김대중 목사 드림